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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 살리기

4대강 사업과 팔당지역 유기농업
김철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I.

4대강 사업은 수천 년 동안 진화해온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바꿀 거대한 토건사업이다. 이는 또한 그 생태계와 함께 살아온 사람, 공동체, 지역 경제, 그리고 지역 문화를 급격하게 해체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과 문화를 포함한 생태계를 바꾸는 거대한 국책 사업은 참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는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일이요, 후손들에게 물려줄 금수강산을 완전히 바꿔놓는 작업이며, 강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온 자연의 질서를 뒤집어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후손과 생명을 위해 정말로 해야 할 일이라면 22조가 아니라 220조라도 들여서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부에서 서둘러 밀어붙이듯 필수불가결하고, 시급한 일인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크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4대강 사업의 실제 내용이 제시된 사업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사업목적 자체가 국민들의 합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09년 6월 8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이 사업의 4대 목표는 ‘기후변화 대비’, ‘자연과 인간의 공생’, ‘국토 재창조’, 그리고 ‘지역균형 발전과 녹색성장 기반 구축’이다. 목표 자체가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4대강 사업이 과연 이러한 4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사업 자체와 관련된 본질적인 것인데, 정부는 진지한 재검토와 자기반성보다는 일방적인 홍보를 통해 밀어붙이려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강행의 의지만 보이는 것이다.

둘째, 사업 추진과 관련된 정부의 조급증과 이에 따른 비민주적 추진 절차가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장에 당선되기 전 미국에 체류하면서 메사추세츠 주의 거대 개발사업인 빅 딕(Big Dig)에 크게 감명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30년이 걸리고, 148억 달러(약 18조 원)가 투입된 빅 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야심적인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업에서 청계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4대강 사업도 그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빅 딕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점 있다. 바로 사업 추진을 위해 이루어진 꼼꼼한 준비, 체계적인 평가, 그리고 광범위한 여론 수렴 과정이다. 1970년대에 빅 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전문가, 시민사회, 그리고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좁혀가는 긴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2005년 완공될 때까지 실제 공사기간보다는 기획하고, 공론화하고, 사회 물리적 영향을 평가하는 과정이 훨씬 길었던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미국의 빅 딕에 비해 더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있으며, 한국 전체의 지형과 미래를 바꾸는 더 큰 사업이라는 점에서 훨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환경성 검토는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고, 경제적 타당성 검증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사업에 따른 인문-사회적 영향평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이러한 비민주적 일방적 사업 추진 방식 때문에 4대강 사업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고, 일부 건설업자들과 땅 투기 세력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2012년 1차 사업완료라는 일방적이고 터무니없는 계획을 취소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셋째,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인 현 시점에서 이 사업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감세 정책과 확장적 재정 정책 때문에 올해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는 51조 6,000억 원, 국가부채는 36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경제의 위기와 한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부채의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만큼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투자효과, 특히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사업, 가장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사업,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핵심 분야 등에 대해 우선 재정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이런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의 골자는 강바닥 굴착, 보 건설, 제방 축조 등인데, 이런 토목사업은 대부분 건설 중장비의 몫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지 않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4대강 사업을 하느니 차라리 일본이나 대만처럼 국민들에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 경기부양효과가 더 높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22조를 들여 국토를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는 것보다는 그런 방법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4대강 사업 때문에 꼭 필요한 다른 예산들이 감액될 처지에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겸손하게 귀한 국민의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녹색성장 기반 구축을 목표 중으로 하나로 삼고 있는데, 이는 정말 어불성설이다. ‘녹색’과 ‘성장’은 자체적으로 형용 모순이기도 하지만, 생태순환의 토대인 강바닥을 긁어내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물길을 바꾸고,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으면서 녹색을 운운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다. 댐을 해체하고, 원래의 물길을 찾아주는 선진국들의 움직임에서 배울 것이 많다. 개발주의를 녹색으로 치장하고, 호도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II.

팔당 유기농 지역은 한국의 농업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사회의 발전 패러다임 성찰의 상징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1960년대 이후 개발에만 집착하고, 산업화와 도시화를 통해 문명적인 황폐함에 시달리게 되었다. 농업 또한 근대화의 바람 앞에서 농약, 화학비료, 석유 집약적인 것으로 변화하면서 생명을 죽이는 농업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농업과 먹거리 위기를 낳았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팔당 지역은 정농회의 영향을 받은 농민 지도자의 헌신과 지역농민들의 연대, 그리고 상수도 보호구역이라는 특수한 여건으로 유기농업, 생명농업으로 지역사회가 바뀐 특별한 사례이다. 우리 농업의 미래가 여기에 있고, 우리 사회의 비전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팔당생명살림의 틀 안에 유기농 생산자 조직과 소비자 생협이 어우러지면서 먹거리를 통한 공동체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팔당 유기농 지역은 친환경과 공동체라는 대안적 녹색 미래의 두 축을 만들어가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4대강 사업을 통해 팔당 지역의 유기농가들을 내쫓으려는 짓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황당한 일이다. 유기농업을 중심으로 녹색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역을 ‘자연과 인간의 공생’, ‘국토 재창조’, ‘녹색성장’ 등의 이름으로 해체하려는 짓은 비상식적인 짓이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정책방향’ 중의 하나로 ‘하천공간을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복합공간으로 적극 활용’을 설정하고 있고, 이를 위해 ‘여가공간’을 조성하고,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창출’하고, ‘강 중심의 문화 및 지역발전’을 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p.10). 이를 위한 ‘추진계획’으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을 창조’하고, ‘방치되었던 수변공간을 국토의 중심이 되는 삶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한다(p.28).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한강과 관련해서는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길 설치’, ‘신설보 주변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p.41) 등을 적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우선 정책방향과 관련 하천공간을 단지 도시민을 위한 여가와 관광의 개념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강은 하나의 생태계이며 이는 사람과 자연이 오랜 시간 동안 맺어온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팔당의 경우 20년 이상 농민들이 친환경 농업으로 하천과 관계를 맺으며, 공생적인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왔다. 이런 중요한 지역의 문화를 하루아침에 부수고, ‘여가공간’을 만들고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역사와 문화를 무시하는 도시민 중심의 야만적인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남양주, 광주, 양평 일대의 농민들이 유기농을 하고 있는 하천부지는 결코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이미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역의 농민들을 내쫓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을 창조’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셋째, 구체적인 내용이 기껏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길 설치’와 ‘신설보 주변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데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자전거는 매우 중요한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외국의 예에서 보듯 도시와 지역 내의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도심 내 차량 통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대체 교통수단이다. 따라서 자전거 도로는 도시와 지역 내에 건설되어야 한다. 녹색의 이름으로 자전거 길을 설치하기 위해 가장 친환경적인 산업인 유기농업을 해체하는 짓은 당장 그만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을 위한 가장 손쉬운 정책이 농업, 특히 친환경 농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친환경농업은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또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율이 4.6%에 불과한 상황에서, 농업은 문자 그대로 미래 선도 산업이다. 더 나아가 과잉 도시화로 공동체가 해체되고, 소외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미래 역시 농촌에 있다.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귀농, 귀촌인의 수자가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농업과 사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실험이 진행 중인 팔당지역의 유기농업을 파괴할 4대강 개발 사업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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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주노동진보신당사회당 초록당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