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남(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1. 하천경작과 4대강 사업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으로 4대강 유역에 조성된 둔치면적 6200만㎡(약2천만평)의 상당 면적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하천경작행위가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조2천억원의 개인소유자에게 보유 및 경작 보상비를 지불하고 하천경작을 금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천둔치의 경작을 금지하는 이유는 농경폐수(농약과 화학비료)에 의한 하천수질오염을 4대강 수질악화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천둔치의 경작이 제내부 경작지에 비하여 월등하게 오염 부하량이 커서 반드시 금지해야 하는 것인지, 마찬가지로 하천경작을 할 경우 일반적 관행농과 유기농에 의한 하천오염 부하량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를 조사한 연구보고서는 찾기가 어렵다.
하천둔치 경작이 하천수질오염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4대강 유역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하천둔치 개발보다 하천생태계의 건전성이나 수질개선에서 훨씬 나은 대안이기 때문에 하천경작은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4대강 본류의 둔치경작이 4대강 주변지역 농가의 생계에 일정부분 기여를 하고 있고, 주민들의 소득보장대책이 부재한 한 하천둔치경작의 일반적 금지는 대안이 아니다. 보다 면밀한 검토와 해당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대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4대강 사업의 하천구역관리계획
4대강 본류를 한강처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높은 제방과 좁은 하천둔치, 넓은 깊은 저수로, 선착장과 관광시설, 그리고 하천둔치엔 시민들이 이용할 체육시설과 공원시설이 마련되고 조금 더 나아가 수상레저시설을 도입하여 주민건강 및 건전여가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경우 주민들이 이용할 자연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하천둔치의 일부구간에서(생태적으로 취약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곳) 친수활동공간이 마련될 수는 있다. 그러나 하천둔치의 조성형태가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고 자연하천의 형태를 유지하는 구간은 인위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조사하여 하천자연도 등급을 매기고 훼손정도에 따라서 복원구간, 친수구간, 보전구간으로 나눠 하천이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4대강의 하천둔치 조성계획은 거의 대부분 저수로와 둔치가 콘크리트 호안으로 구분돼 있고 둔치의 식생 또한 잔디밭이 고작인데다 시민이용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돼 있어 하천본래의 형태와 기능으로 관리하지 않을 것임은 명백하다.
또한, 정부의 4대강 사업 중 제외지의 생태복원 사업량이 537㎞구간에 2조1786억원에 그치는 것을 보더라도(그조차도 하천본래의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수상레저, 체육활동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대부분) 하천수질개선 및 생태계 복원과의 연관속에서 하천경작을 절대금지하는 것은 정책적 선언으로는 유효하지만 현상적으로는 절대적 신뢰와 지지를 얻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4대강 사업으로 나타날 하천주변지역 주민의 피해
국민검증단이 4대강 유역을 현장검증하면서 확인한 사실은 4대강 사업으로 하천둔치경작이 금지될 경우 농사에 의존하는 지역주민의 주된 소득원이 사라지고, 지역에 따라서는 경작지가 절대적으로 축소되어 토지감소에 따른 지대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천경작이 주된 경우 고령 소농의 경우는 생존권의 박탈이 예정돼 있었고, 하천경작을 병행하는 경우도 토지감소에 따른 지대인상으로 피해가 예정돼 있었다. 나아가 하상준설 후 남는 사토로 제내 경작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높이를 올리는 농지리모델링 사업은 절대농지의 토질과 배수능력을 떨어뜨려 생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평가였다.
하천둔치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과채류여서 제철채소의 공급량에 차질을 빚게 되고 그 결과 농산물가격 인상으로 도시서민의 가계까지 부담이 미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실제 팔당상수원지역에서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남양주와 양평, 가평의 경우 120여 가구의 주된 수입원이 수변구역의 유기농업이고 연매출100억원대를 자랑하는 지역의 효자산업이었으나 4대강 사업으로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낙동강의 창녕군과 양산시 일대, 김해 상동지구, 양산시 원동면의 경우는 제내에 있는 농경지보다 제외지의 농경지 면적이 훨씬 넓었고, 하천둔치 경작이 금지되면 주민들의 주된 소득원이 사라져 고령화된 농촌주민들이 당장 가난과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주민의 한탄이 깊었다.
구미 해평습지 일대에는 토사퇴적에 의해 62만평의 넓은 경작지가 조성돼 있고 배후에 수십만평의 백사장이 사막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 구간을 미니골프장과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피크닉, 강수욕장 등 대단지 놀이시설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원동마을의 경우는 좁아진 하천폭 때문에 범람위기가 있어 마을 경작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하천변 경작지를 모두 하천구역으로 지정고시하고 강제수용을 선언한 터였다. 현장을 살펴본 결과 하천범람원이던 구간을 오랜기간 성토하여 경작지를 만든 곳으로 50만평에 이르는 경작지 중 절반 정도는 하천구역으로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였으나 과도한 하천구역 지정과 경작금지로 주민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생존의 위기, 주요산업의 고사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주민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 여겨 높은 보상만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도 하천둔치를 바람직한 형태로 관리하는 방안과 그 과정에 주민이 적극 참여하여 정부와 함께 대안을 찾을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금강유역 금강사업 구간에서는 1400여 농가가 여의도면적의 18배가 넘는 1664만892㎡의 하천둔치에서 경작허가를 받아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토마토와 수박, 무우 등을 재배해 큰 소득을 올리고 있었으나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영산강유역의 경우는 광주와 나주구간에서 경작지가 너르게 분포하고 있었으나 광주시 일대는 경작이 아예 금지된 상태였고 나주시 관할구역에서 경작이 이뤄지고 있었으나 이조차 금년 11월까지라는 현수막에 맥없이 무너질 상황이었다.
사업구간 전체에서 나타날 주민피해사실을 충분하게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들만 보아도 4대강 사업이 농산촌과 노시농업에 종사하는 유역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하천생태적으로도 그다지 건전하지 않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바람직한 하천관리방안과 주민참여
일반적으로 하천둔치와 제내의 농경지도 일정구간은 하천구역으로 편입하여 관리하는 것이 치수나 하천생태적 측면에서 유리하다.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을 준설하고 제방을 높이는 것은 단기적 처방일 뿐 하천유역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토지의 활용방안을 만들어 자연과 조응하는 것이 하천과 인간을 모두 살리는 길인 것이다.
하천경작이 질소와 인의 농도를 높여 하천수질악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하천둔치 경작만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랭지농업, 제내지의 경작방식과 배수로의 문제 등과 종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하천둔치관리에 있어 자연형의 하천형태 유지와 수질관리를 우선하되 하천의 지형과 주변지역 토지이용현황 분석 후 가능한 곳에서는 둔치 경작을 허용하되 유기물의 하천유입을 방지하는 농업형태로 전환하고, 관과 민이 협력하여 하천수질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관리방안을 창안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하천구역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천의 생태계와 수질관리는 하수도시설만으로 결코 충분하지 않으며, 지역주민과의 협력없이는 제대로 관리할 수도 지킬 수도 없는 것이 하천수질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억명의 인구가 도시안에서 경작을 하고 있고 도시에서 필요한 식량의 1/3을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한다. 농산촌지역의 작은 부지는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하천구역으로 편입한다 하더라도 그 정도는 주민과의 협의를 기본으로 시민사회와의 공동조사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고, 하천범람원이 넓고 홍수의 위험이 없는 곳에서는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주민생존권도 보장하고 하천의 생태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하천의 자연지형과 생물상을 유지하는 하천관리가 하천의 식생과 지형, 수질보전 측면에서 최선의 대안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하천을 중심으로 삶을 이어온 지역주민과 지역경제기반을 고려할 때 중간적 형태를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이다.
자연형 하천복원이나 보전이 아닌 인간의 과도한 이용중심, 레저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농업의 포기는 그래서 주민에게나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농경을 대신한 자리에서 기업형 상업행위가 성행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천과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 제대로 강과 지역주민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되도록 시민사회의 모든 역량이 모아지고 연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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